왜 어떤 사람은 협상을 거듭할수록 능숙해지고, 어떤 사람은 늘 제자리일까요.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슨이 정리한 의도된 연습 개념을 빌려, 협상 실력이 실제로 쌓이는 원리와 오늘부터 바로 시도할 수 있는 연습법을 짚어 봅니다.

한 번 잘한 협상과 계속 잘하는 협상은 다르다
협상을 한 번 성공적으로 마친 사람은 많습니다. 운이 좋았거나, 상대가 유독 양보를 잘하는 사람이었거나, 조건 자체가 애초에 유리했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다음 협상에서도, 그다음 협상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낼 수 있는가입니다. 이 질문 앞에서 실력과 우연이 갈립니다.
협상을 오래 연구해 온 사람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결론이 있습니다. 협상력은 타고난 화술이나 배짱의 문제가 아니라, 반복해서 시도하고 매번 조금씩 고쳐 나가는 과정에서 쌓인다는 것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축적 과정을 설명하는 오래된 연구 흐름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연구가 협상과 설득의 실력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짚어 봅니다.
경력이 길다고 실력이 저절로 늘지는 않는다
협상을 오래 해 온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협상을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십 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 협상해 온 사람과, 삼 년 동안 매번 결과를 돌아보며 방식을 바꿔 온 사람 중 누구의 실력이 더 나을지는 명확합니다. 시간이 쌓인다고 실력이 자동으로 쌓이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슨은 이 지점을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그는 전문가의 실력이 단순한 경험 시간이 아니라, 목표를 정하고 약점을 짚어 고쳐 나가는 의도적 연습에서 나온다고 설명했습니다. 그가 1993년 논문에서 정리한 이 개념은 이후 저서 피크를 통해 더 널리 알려졌습니다. 흔히 알려진 만 시간의 법칙과 달리, 에릭슨은 단순히 시간을 채우는 것만으로는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그냥 반복과 의도된 연습은 다른 결과를 만든다
협상에도 이 구분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매번 비슷한 말투와 순서로 협상에 임하는 것은 반복이지만, 매번 지난 협상에서 무엇이 아쉬웠는지 짚고 다음번에 다르게 시도하는 것은 의도된 연습입니다. 겉보기에는 둘 다 협상을 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실력이 쌓이는 속도는 크게 다릅니다.
| 그냥 반복 | 의도된 연습 |
|---|---|
| 매번 같은 방식으로 말한다 | 지난번과 다르게 시도해 본다 |
| 결과만 확인하고 넘어간다 | 과정 중 무엇이 통했는지 짚는다 |
| 편한 상대와만 협상한다 | 어려운 상대와의 대화도 피하지 않는다 |
| 느낌으로 잘했다고 여긴다 | 구체적으로 무엇이 부족했는지 남긴다 |
표에서 보듯, 차이는 협상 자체의 횟수가 아니라 협상 뒤에 무엇을 하느냐에 있습니다. 협상을 마치고 바로 다음 일로 넘어가는 사람과, 짧게라도 오늘 대화에서 아쉬웠던 순간을 되짚는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벌어집니다.
피드백이 빠지면 연습도 제자리를 돈다
의도된 연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 피드백입니다.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반복만 하면, 잘못된 습관마저 단단하게 굳어 버릴 수 있습니다. 협상에서 피드백은 거창한 평가서가 아니어도 됩니다. 상대의 표정이 어느 순간 굳었는지, 어떤 제안에서 대화가 술술 풀렸는지를 스스로 알아채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출발점이 됩니다.
믿을 만한 동료나 상사에게 협상 과정을 짧게 되짚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스스로는 잘 안 보이던 습관, 이를테면 상대의 말을 끊는 버릇이나 조건을 너무 빨리 꺼내는 습관은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서야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입 두 사람, 일 년 뒤의 차이
같은 부서에 입사한 두 신입사원을 떠올려 봅시다. 한 사람은 매번 협상 자리에 들어가면서 오늘은 지난번과 다르게 상대의 말을 먼저 듣겠다는 작은 목표를 세웁니다. 끝나고는 무엇이 통했는지 메모 한 줄을 남깁니다. 다른 사람은 그날그날 상황에 맡기고 협상을 마치면 바로 다음 업무로 넘어갑니다.
- 일 년 후 첫 번째 사원, “이번 조건은 상대 입장을 먼저 확인하고 풀어 보겠습니다.”
- 상사, “지난번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대화를 이끄네요.”
- 일 년 후 두 번째 사원, “이번에도 예전처럼 밀어붙여 보겠습니다.”
- 상사, “음, 조금 더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는 없을까요.”
두 사람이 겪은 협상 횟수는 비슷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매번 무엇을 다르게 시도했는지를 남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일 년 뒤 모습은 확연히 달라집니다. 이 차이는 재능의 격차가 아니라 연습 방식의 격차에서 옵니다.
연습을 가로막는 흔한 착각들
협상 실력을 키우려는 사람들이 자주 빠지는 착각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들이 오히려 연습을 미루게 만듭니다.
| 흔한 착각 | 실제로 필요한 태도 |
|---|---|
| 말을 잘하는 사람만 협상을 잘한다 | 듣고 조정하는 연습이 더 크게 작용한다 |
| 큰 협상에서만 실력이 는다 | 작은 협상에서도 습관이 쌓인다 |
| 한 번 실패하면 소질이 없는 것이다 | 실패는 다음 시도를 다듬는 재료가 된다 |
| 준비 없이도 감으로 되는 사람이 있다 | 겉보기의 능숙함도 쌓인 연습의 결과다 |
표에 담긴 착각들의 공통점은 협상 실력을 고정된 재능처럼 여긴다는 데 있습니다. 말솜씨나 배짱을 타고난 사람만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자신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로 밀어 두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협상 자리에서 편안해 보이는 사람들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어색한 순간을 여러 번 지나오면서 자기만의 대응 방식을 다듬어 온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혼자보다 함께 연습할 때 더 빨리 는다
에릭슨은 의도된 연습을 정의하면서, 코치나 교사가 설계한 훈련의 힘을 함께 강조했습니다. 혼자 되짚는 것만으로는 놓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협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료와 역할을 나누어 실제 상황처럼 대화를 미리 해 보는 연습은, 혼자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그려 보는 것보다 훨씬 생생한 피드백을 남깁니다.
중요한 협상을 앞두고 있다면, 신뢰할 만한 동료에게 상대 역할을 맡기고 짧게라도 예행연습을 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실제 대화에서 나올 법한 반박이나 까다로운 질문을 미리 들어 보는 것만으로도, 본 대화에서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여지가 커집니다.
작은 협상부터 연습 무대로 삼는다
실력을 쌓을 기회는 회의실 밖에도 널려 있습니다. 점심 메뉴를 정하는 대화, 일정을 조율하는 짧은 통화, 물건을 살 때 가격을 묻는 순간까지도 모두 작은 협상입니다. 이런 자리를 가볍게 흘려보내지 않고 연습 무대로 여기면, 정작 중요한 협상 자리에서 훨씬 여유로운 태도를 갖게 됩니다.
- 대화를 시작하기 전, 오늘 한 가지만 다르게 해 보겠다는 작은 목표를 정한다.
- 대화가 끝난 뒤, 잘 통했던 말과 아쉬웠던 순간을 한 줄로 남긴다.
- 다음 대화에서 지난번 아쉬웠던 부분을 의식적으로 고쳐 시도한다.
- 가능하면 믿을 만한 사람에게 대화 과정을 간단히 물어본다.
이 네 가지는 특별한 재능이나 긴 시간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다만 매번 조금씩 다르게 시도하고 그 결과를 기억해 두는 태도가 필요할 뿐입니다. 이 태도가 몇 달, 몇 년 쌓이면 협상 자리에서 나오는 말과 판단이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더디게 느껴져도 방향이 맞으면 쌓인다
연습의 효과는 눈에 바로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 조금 다르게 말해 보았다고 해서 협상 결과가 당장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방향이 맞는 시도를 계속 쌓아 가면, 어느 순간부터 협상 자리에서 나오는 대응이 예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됩니다.
변화를 스스로 확인하려면 기록만 한 짧은 습관도 큰 도움이 됩니다. 매번 협상이나 중요한 대화를 마친 뒤 한두 줄만 남겨도, 몇 달 뒤 다시 읽었을 때 자신이 어떤 부분에서 얼마나 달라졌는지가 뚜렷하게 보입니다. 처음에는 사소해 보이는 기록이지만, 쌓이고 나면 스스로에게 가장 정확한 피드백 자료가 됩니다.
협상 실력을 하루아침에 완성하려는 마음은 오히려 부담이 되어 시도 자체를 미루게 만듭니다. 대신 오늘의 대화 하나를 지난번보다 조금 낫게 만드는 데 집중하는 편이 결과적으로는 더 빠른 길입니다. 협상은 재능을 타고난 소수의 영역이 아니라, 매번의 대화를 기억하고 고쳐 나가는 사람에게 서서히 열리는 영역입니다.